발표 슬라이드는 종이 문서와 조건이 다르다. 프로젝터는 흰 바탕 대비가 60~70% 수준으로 떨어지고, 뒷좌석 관객은 24pt 본문도 10pt 문서처럼 본다. 이 조건에서 중요한 건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제목·본문·캡션이 한눈에 구분되느냐"다. 즉 굵기 단계가 충분히 벌어진 패밀리라야 3단 위계가 성립한다.
왜 굵기 4단 이상 패밀리여야 하는가
슬라이드에서 쓰는 위계는 보통 세 층이다. 3654pt 제목, 1824pt 본문, 1214pt 캡션·출처. 각 층을 사이즈로만 구분하면 투사 환경에서 뭉개진다. Bold(700) 제목 + Regular(400) 본문 + Light(300) 캡션처럼 굵기 축을 함께 쓸 때 거리 25m에서도 층위가 유지된다. 그래서 굵기 축이 4단 이상, 특히 700 이상 굵기를 포함한 패밀리가 필요하다.
이 기준으로 전체 616종 중 산세리프이면서 굵기 4개 이상·최대 굵기 700 이상인 12종을 추렸다. 아래 비교는 DB에 수록된 굵기 배열·글리프 실측치·페어링 점수만 사용한다.
선정 기준 — DB 결정론
세 축으로 비교한다. 첫째, 굵기 축의 길이와 간격. 축이 9단(100~900)이면 제목/부제/본문/캡션 사이에 중간 단계를 삽입할 여유가 생긴다. 둘째, 한글 음절 커버리지. 발표문에 드물게 등장하는 음절까지 안전하게 쓰려면 ks2350보다 11,172자 완성형 쪽이 유리하다. 셋째, 라틴·숫자 글리프. 영문 용어와 숫자 데이터 비중이 큰 슬라이드일수록 라틴확장·그리스·키릴 글리프 보유 폭이 실무에 영향을 준다.
폰트별 비교
에스코어 드림 (S-Core Dream)

에스코어 드림은 에스코어가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축이 100·200·300·400·500·600·700·800·900의 9단이다. 100 단위 전부가 열려 있어 슬라이드 3단 위계를 패밀리 하나로 끝낼 수 있다. 한글 음절은 ks2350 범위라 발표문에 일반 어휘가 쓰이는 조건에선 문제가 없지만, 고유명사나 희귀 음절이 자주 나오는 자료라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라틴확장A 18·키릴 66·그리스 48 글리프를 갖춰 숫자·단위 표기가 안정적이다. 프리텐다드와의 페어링 점수가 92점으로, 본문은 프리텐다드·강조는 에스코어 드림 900으로 쓰는 혼합 조판도 유효하다. 추천 조합은 제목 800, 본문 400, 캡션 300.
수트 (SUIT)

수트는 윤병선(Sun)이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100부터 900까지 9단을 모두 제공한다. 자소 중심축이 반듯해 제목용으로 세웠을 때 글자 사이 공간이 넓게 빠지는 성격이 있어, 36pt 이상 큰 사이즈에서 호흡이 여유롭다. 한글 음절은 2,668자(partial)로 ks2350보다는 넓지만 완성형 11,172자에는 미치지 못한다. 라틴확장·키릴·그리스 글리프가 0으로 비어 있어 영문 전문용어 비중이 큰 발표 자료에서는 라틴 전용 폰트를 함께 로드하거나 숫자 전용 폰트 폴백을 지정해야 한다. 아리따 부리와의 페어링 점수 88점. 추천 조합은 제목 800, 본문 400, 캡션 300.
나눔스퀘어 네오 (Nanum Square Neo)

나눔스퀘어 네오는 네이버가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300·400·700·800·900의 5단이다. 300에서 900까지 간격이 넓게 벌어져 있어 제목과 본문의 대비가 분명하다. 한글 음절 11,172자(full)를 지원해 어떤 음절이 등장해도 깨지지 않는다. 라틴확장·키릴·그리스가 0이라 영문 혼용 시 폴백 설정이 필요하다. 네이버 특유의 사각 프레임 성격 때문에 제목이 크게 떴을 때 슬라이드를 결속하는 힘이 강하다. 검은고딕과의 페어링 점수는 86점. 추천 조합은 제목 900, 본문 400, 캡션 300.
노토 산스 KR (Noto Sans KR)

노토 산스 KR은 구글·어도비 공동 제작 산세리프로, 굵기는 100·300·400·500·700·900의 6단이다. 중간 굵기(500)가 있어 제목과 본문 사이에 부제 층을 삽입할 수 있다. 한글 음절 11,172자(full), 라틴확장A 2자. 숫자·영문은 라틴 기본 범위로 처리되므로 수식·단위가 복잡한 자료라면 Noto Sans 라틴 패밀리와 묶어 쓰는 방식이 안전하다. 노토 세리프 KR과의 페어링 점수 94점으로 본 리스트에서 최고. 추천 조합은 제목 900, 부제 700, 본문 400, 캡션 300.
스포카 한 산스 네오 (Spoqa Han Sans Neo)

스포카 한 산스 네오는 스포카가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100·300·400·500·700의 5단이다. 900 굵기가 없어 초대형 제목보다는 24~36pt 중간 크기 제목이 강한 조판에 어울린다. 한글 음절은 2,574자(partial), 라틴확장·키릴·그리스는 0. 자소가 작고 속공간이 좁은 설계라, 본문 18pt에서도 글줄이 얇게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 발표 자료의 긴 문단에 유리하다. 검은고딕과의 페어링 점수 92점. 추천 조합은 제목 700, 부제 500, 본문 400, 캡션 300.
나눔스퀘어 라운드 (Nanum Square Round)

나눔스퀘어 라운드는 네이버 제작으로 모서리를 둥글린 사각 산세리프다. 굵기는 300·400·700·800의 4단으로 본 리스트 하한선이다. 500·600 중간 굵기가 없어 제목과 본문의 간극을 단번에 넘기는 조판에 맞는다. 한글 음절 2,479자(partial), 라틴확장A 18·키릴 66·그리스 48 글리프를 갖춰 숫자·단위 표기는 안정적이다. 둥근 모서리 성격이 교육·사내 교양 발표처럼 부드러운 톤을 요구하는 자리에 어울린다. 카페24 써라운드와의 페어링 점수 86점. 추천 조합은 제목 800, 본문 400, 캡션 300.
프리텐다드 (Pretendard)

프리텐다드는 길형진이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100부터 900까지 9단을 모두 지원한다. 본 리스트에서 라틴확장A 127·키릴 254·그리스 121 글리프로 서양 문자 커버리지가 가장 넓다. 한글 음절 11,172자(full)로 희귀 음절도 걱정 없다. 영문 용어·수식·그리스 변수가 함께 등장하는 기술·학술 발표에 특히 유리하다. 검은고딕과의 페어링 점수 92점. 추천 조합은 제목 800, 부제 600, 본문 400, 캡션 300. 숫자 데이터 중심의 재무·실적 슬라이드에서는 500을 수치 전용 굵기로 지정해 400 본문과 분리하는 방법도 쓸 만하다.
나눔스퀘어 (Nanum Square)

나눔스퀘어는 네이버 제작으로 사각 프레임을 강조한 산세리프다. 굵기 300·400·700·800의 4단으로, 라운드 버전과 글리프 구성은 동일하되 모서리가 각져 있다. 한글 음절 2,479자(partial), 라틴확장A 18·키릴 66·그리스 48. 사각 프레임이 또렷해 공공·IR·행정 보고 분위기의 발표에 맞는다. 마루 부리와의 페어링 점수 86점이라, 명조로 수치·설명 강조층을 잡고 본문·제목을 나눔스퀘어로 가는 혼합 조판도 가능하다. 추천 조합은 제목 800, 본문 400, 캡션 300.
본고딕 (Source Han Sans KR)

본고딕은 어도비·구글이 공동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100·300·400·500·700·900의 6단을 제공한다. 노토 산스 KR과 동일한 글리프 계보를 공유해 한글 11,172자(full), 라틴확장A 2자로 수치가 같다. 중간 굵기 500 덕에 본문(400)과 강조(700) 사이에 수치·용어 하이라이트 층을 넣을 수 있다. 본명조와의 페어링 점수 94점으로 리스트 최상위권. 추천 조합은 제목 900, 부제 700, 본문 400, 수치 강조 500, 캡션 300. 본명조와 섞어 세리프 본문·산세리프 제목 구조로 가는 격식 있는 발표에도 유리하다.
더잠실체 (The Jamsil)

더잠실체는 롯데마트가 제작한 산세리프 겸 디스플레이 성격의 폰트로, 굵기 100·300·400·500·700·800의 6단이다. 자소 조형에 리듬이 있어 24pt 이상에서 성격이 뚜렷해지는 반면, 18pt 본문에서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400이 설계돼 있다. 한글 11,172자(full), 라틴확장A 18·키릴 66·그리스 48 글리프를 갖춰 범용성이 넓다. 디스플레이 겸용 성격 때문에 제목에서 포인트가 강하게 들어오는 캠페인·브랜드 발표에서 선택지가 된다. 본고딕과의 페어링 점수 86점. 추천 조합은 제목 800, 본문 400, 캡션 300.
서울 한강 (Seoul Hangang)

서울 한강은 서울특별시가 제작한 산세리프 겸 디스플레이 폰트다. 굵기 300·500·700·800의 4단으로, 400이 아닌 300·500이 본문 후보가 된다. 한글 11,172자(full), 라틴확장A 18·키릴 66·그리스 49. 제목용 800의 획이 두껍고 세로획이 반듯해 공공 행사·시정 보고 자리의 제목으로 어울린다. 프리텐다드와의 페어링 점수 88점으로, 본문은 프리텐다드 400·제목만 서울 한강 800으로 쓰는 조합이 깔끔하다. 패밀리 단독으로 간다면 제목 800, 본문 500, 캡션 300.
IBM 플렉스 산스 KR (IBM Plex Sans KR)

IBM 플렉스 산스 KR은 IBM이 제작한 산세리프로, 굵기 100·300·400·500·700의 5단이다. 900이 없어 극단적 대형 제목보다는 24~44pt 범위 제목에 맞는다. 한글 11,172자(full), 라틴확장·키릴·그리스는 0으로 비어 있다. 자소에 미세한 각이 있고 획 종단이 또렷해 기술 자료·IR 슬라이드처럼 사실 중심 톤에 어울린다. 검은고딕과의 페어링 점수 88점. 추천 조합은 제목 700, 부제 500, 본문 400, 캡션 300.
상황별 추천
기술·학술 발표 (수식·영문 용어·그리스 변수) — 프리텐다드. 라틴확장 127·키릴 254·그리스 121로 리스트 내 서양 문자 커버리지 1위. 제목 800·본문 400·수치 500·캡션 300의 4단 조판이 안정적이다.
공공·IR·행정 보고 — 나눔스퀘어 또는 서울 한강. 각진 프레임과 두꺼운 제목 굵기가 공식 자리의 톤에 맞는다.
교육·사내 교양·브랜드 톤 — 나눔스퀘어 라운드, 더잠실체. 모서리와 자소 리듬이 부드러운 발표 분위기를 만든다.
세리프 본문과 혼합이 필요한 격식 발표 — 노토 산스 KR 또는 본고딕. 각각 노토 세리프 KR·본명조와의 페어링 점수 94점으로 리스트 최상위.
굵기 축 전체(9단)로 섬세하게 짜고 싶은 조판 — 에스코어 드림, 수트, 프리텐다드. 세 폰트 모두 100~900의 9단을 지원하므로 부제·강조·수치 층을 자유롭게 삽입할 수 있다.
본문이 길고 글줄 수가 큰 자료 — 스포카 한 산스 네오, IBM 플렉스 산스 KR. 500 중간 굵기가 있어 본문 400과 강조 700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한다.
라이선스 기준
리스트 12종 모두 상업적 이용이 자유로운 commercial_free 축에 속한다. 다만 변형·재배포·출처표기 조건은 폰트마다 다르므로 사내 템플릿에 포함해 배포하거나 로고에 삽입하는 등 특수 용도에 쓸 때는 각 배포처 원문 라이선스를 반드시 확인한다.
마무리 — 한 줄 판단
굵기 축이 9단으로 열린 프리텐다드·에스코어 드림·수트 중 하나를 기본으로 고르고, 본문 성격이 세리프 혼합이면 노토 산스 KR·본고딕으로 바꾸면 발표 슬라이드 조판의 90%는 끝난다.